[땅집고] 서울시가 지난 10년여 동안 주거용 건축물에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층고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토지 주요 용도를 규정하는 ‘용도지역’ 제도를 개편하고, 도시철도 지상 구간 지하화 사업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3일 발표했다. 도시기본계획이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른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2040년까지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도시계획의 지침인 셈이다.

■‘35층 룰’ 등 아파트 층고제한 삭제…부동산 시장에 변화 올 듯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기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2030 계획')에 명시돼 있던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 기준을 삭제하기로 했다. 2014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수립된 '2030 계획'은 무분별한 돌출 경관을 방지하겠다며 서울 전역 주거용 건축물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시는 이 같은 높이 규제가 한강변 등 지역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이끌었다고 보고, 2040 계획에서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개별 정비계획 심의 단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층고를 허용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유도할 예정이다.

시는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용도지역 체계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용도지역은 한 공간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땅의 용도를 정하고, 이에 맞춰 건물 높이와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한다.

시는 이 제도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경직적으로 운용돼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고 봤다. 이번 2040 계획에선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와 학계, 전문가 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해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용도지역의 엄격한 구분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보행 일상권'을 내놨다. 보행권(도보 30분 이내) 안에 일자리, 여가문화, 수변녹지, 상업시설, 대중교통거점 등 기능을 모두 갖추도록 해 자립적인 생활권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3도심 등 중심지 기능 강화…철도 지하화로 지상 공간 활용한다

시는 기존 '2030 계획'에서 확립했던 중심지 체계(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를 유지하되, 3도심(한양도성내·강남·여의도)의 기능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첫 번째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양도성 안이 박 전 시장 시절 보존 중심 정책과 정비사업 제한 때문에 활력을 잃었다고 판단해, 남북 방향 4대 축을 만들어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화문∼시청은 '국가중심축', 인사동∼명동은 '역사문화관광축', 세운지구는 '남북녹지축'이자 신산업의 중심, DDP는 패션·뷰티 허브이자 '복합문화축'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이 지역들을 동서 방향으로 잇는 '글로벌 상업 축'을 더해 '4＋1축'을 만든다.

여의도는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에 개발 예정인 국제업무 기능과 연계해 '글로벌 혁신코어'로 개발한다. 테헤란로를 따라 업무 기능이 집적한 강남은 중심 기능을 잠실·서초 등 동서 방향으로 확산시킨다.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과 연계해 가용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총면적 105.8㎢(선로 101.2㎢·차량기지 4.6㎢)에 달하는 지상 철도 구간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서울의 중심지를 관통하는 철로를 지하화해 지상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시는 지상 구간의 상당 부분이 국철인 점 등을 고려해 정부와 논의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천 중심 공간 재편…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서울 시내 61개 하천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재편할 계획이다. 전체 하천을 한강과 4대 지천(안양천·중랑천·홍제천·탄천), 소하천·지류로 나누고 접근성 강화, 명소 조성 등 수변 활성화 전략을 세웠다.

미래교통 인프라도 확충한다. 특히 도심항공교통(UAM)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시범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용산·삼성·잠실 등 대규모 개발지구에 UAM 터미널을 설치하고, 민간 개발 시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면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안도 있다. UAM 등 미래 교통과 광역급행철도(GTX), 개인형 이동수단(PM) 등을 연계하는 복합환승센터 개념의 '모빌리티 허브'도 지역 곳곳에 만든다.

서울시는 올해 공청회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연말까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한다. 오세훈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비대면·디지털전환, 초개인·초연결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고민 또한 충분히 담아냈다"며 "차질 없이 실행해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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